장바구니에 오랫동안 있는 책중 하나가 푸코의 진자입니다. 움베르트에코의 이 지식의 문을 열기가 왠지 두려워 아직 장바구니에만 있지요. 번역의 문제라는 핑계로 말입니다. 언젠가 꼭 읽어야할텐데.
그래서 머리싸메고 글을 읽는거보다 좀 자연스럽게 접근하고자 열린책들의 에코컬렉션 중에 하나 골라보기로 했습니다. 논문 잘 쓰는 방법이라는 책으로 예전에 읽었던게 기억나는데 이 책도 이번 컬렉션으로 재편집되었군요.
받아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보급판크기로 읽기엔 편한거 같지만 책재질이 최고급판재질이군요. 눈이 부셔서 글을 못읽겠습니다. 출판사가 에코컬렉션에 얼마나 열성을 다 했는지 볼 수 있군요.
책으로 천년을 사는 방법이라는 멋스런 제목을 가진 이 책은 사실 구성을 바꿔서 재발행한 것입니다. 미네르바 성냥갑이라는 원제로 주간지 칼럼을 모아놓은 것인데 그렇다보니 시사문제를 많이 다루고있지요.
그래서 분위기파악을 하기 힘든 직접적인 시사문제들은 다 제거하고 에코할아버지의 생각중심으로 모은 글들입니다. 90년대의 전반적인 글들인데 아무리 거르더라도 약간의 시사나 시대분위기가 묻어나서 조금 읽기엔 힘듭니다.
가득이나 에코할아버지의 글은 힘들어서 컬렉션중에 제일 문안하다는 이 책을 골랐는데도 제 수준에서는 책의 최소 1/4은 그냥 통과가 되는군요. 특유의 유머라든지 글자패러디 같은 것들은 이탈리아 사람이 아니면 힘든가봅니다.
그래도 중후반부터는 인터넷이라든지 글쓰기, 언어유희같은 편안한글들도 많아서 칼럼이라는 한번 생각해보기라는 주제가 어긋나지않고 재미있더군요. 그래도 초반 그 수많은 라틴계텍스트들은 감당이 안됩니다.
그나마 페이지마다 있는 해제가 설명을 잘해줘서 아 그렇구나라고 대충 뜻만 이해하고 넘어갔지요. 읽다보니 한창기님의 뿌리깊은나무 칼럼들이 생각납니다.
살아가면서 아무 의미도 없는 것들 같지만 잊어버려서는 안되는 것들, 꼭 생각하고 넘어가야할 것들에 대한 우리의 사고방식 재정리를 도와줍니다. 에코할아버지 같은 경우에는 유머와 패러디가 좀 강하지만요.
사실 글을 읽는 도중에는 여러 생각들이 맴돌고 꼭 블로그에 써야지 하면서도 실제 책을 다읽고 글을 쓰려면 하나도 기억이 안나거나 전혀 다른 글을 쓰게 됩니다. 왜그런건지.
아무튼 우리가 아는것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지식이라는.... 뭔소리인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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