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두 작가에 대해선 잘 모르고 있었다. 예전 고등학교 문학수업에 배웠는지는 몰라도 그게 지금에서야 기억나겠냐마는, 광복전후의 구인회와 월북작가라는 공통점을 들으면 언젠가 한번 들었었던 기억이 난듯하다.
그리고 문장강화의 저자이면서 성북동 상허당고택의 주인인 이태준에 조금 관심이 가면서 책을 고르기 시작했었는데 이태준전집을 고르려다 그 시대 분위기와 동질의 작가를 한번에 훑어보기식으로 고른게 창비의 20세기 한국소설시리즈였다.
창비의 20세기한국소설시리즈에는 애착이 많아 언젠가 전권이 다모일것이라 예상하지만 각권의 분류가 시대적으로나 주제별로 참 잘 묶여있어서 가끔식 골라보는 재미가 있다. 단점이라면 낱말풀이가 각 페이지하단에 있는것이 아니라 책의 맨 뒷쪽에 모여있어서 왔다갔다 봐야한다는 것이고.
전문평론가가 아니라 잘 모르지만 이태준의 문장은 참 읽기 편했다. 그리고 그 시대의 분위기와 갈등을 조금이라도 볼 수 있었다. 시대는 틀려도 사람들의 생각은 그다지 다른게 없다는걸 새삼 느낀다.
일부러 너무 심한 비유같은 것도 없고 특히나 작가의 심리가 소설의 등장인물과 너무나 잘맞아 흡사 이태준이나 박태원 본인이 주인공 같은 느낌이랄까. 뭐 읽는 사람의 차이일지모르나 그 어렵고 혼란스러운 시대에 살기 위해 친일행위나 해방후 좌익 우익의 갈등, 그리고 월북의 선택이 왠지 모르게 짠하다.
약간 코믹하지만 성북동의 분위기와 서민의 생활이 전해졌던 [달밤], 왠지 백혈병 걸린 소녀와의 애틋한 사랑 같은 [까마귀], 씁쓸하게 시대에 휩쓸리는 노인들의 생활상인 [복덕방], 만주에서의 토착민과 개척민의 힘겨운 사투를 그린 [농군], 이태준 스스로의 자전적 변명 같은 [해방전후].
요즘 작가의 느낌같은, 거리의 소소한 풍경과 일상을 보여주는 그러나 무형식인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전체가 한 문장으로 되어있어 여러번 반복해서 읽어야했던 [방란장주인], 극과 극의 자매가 극과 극의 상황이 되는 [성탄제], 구한말 관비유학생출신 노인약장수의 추억되집어보기인 [최노인전초록], 비유가 탁월했던 힘없는자들의 소리없는 아우성 [춘보].
세월이 흘러 지금의 사람들이 예전 사람들을 평가하고 이러니 저러니 하지만, 그 시대의 주인공들은 분명히 그들이었고 각자의 삶의 선택은 그들 본인의 정의라고 생각된다. 우리가 지금 가타부타해도 이미 흘러간 사람들은 돌아오지도 바뀌지도 않을 뿐, 단지 기억하면 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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