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건은 제 친구들 중 한 친구의 실제 겪은 상황을 허락을 구하고 글로 옮겨봅니다. 말한마디 안바꾸고 그대로 들은 얘기를 풀어써봅니다. 내용은 약간 심각한 경향이 있으나 좀 웃깁니다.
비온뒤 자정무렵, 퇴근후 술에 취해 집앞근처 골목길을 가고 있던 친구는 취기가 올라 눈이 게슴치레한 상황에서 문닫힌 문방구앞 인형뽑기기계를 발로 걷어차며 화풀이를 하고 있는 나이지긋한 아저씨를 보게됩니다. 친구는 그 아저씨에게 다가가 왜그러냐 묻자, 인형이 안뽑혀 화풀이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났는지 지갑에서 돈 3만원을 꺼내 그 아저씨에게 주면서 그냥 들어가시라고 하자... (참나... 제 정신이 아니었구만)
멱살을 잡으며 그 친구한테 막 뭐라 그러더랍니다. 순간 머리가 번쩍하더니 정신이 아찔해지고 무언가로 자꾸 맞는걸 느낀 그 친구는 방어적으로 들고 있던 우산으로 칼싸움하듯이 막아가며 같이 공격했답니다. 본인말로는 본능적으로 살기위해 투쟁을 했다는 군요. (에효~)
그런 칼싸움(?)을 하던중 힘에 붙힌 아저씨는 급기야 도망을 가고 그 친구는 무의식중에 같이 따라갔습니다.(뭐야 이거~) 마침 편의점앞에서 담배피고 있던 직원이 그 광경을 발견하고 그 친구를 말리더랍니다. 그 친구가 왜그러냐며 아저씨를 계속 쫓으려하자 편의점직원은 그 친구의 피묻은 얼굴을 닦으며 병원으로 가자고 하더랍니다. 그제서야 그 친구는 자기머리가 다쳐 온 얼굴이 피범벅이 된걸 발견합니다.
편의점직원의 신고로 경찰이 오고난후 병원으로 동행했는데 무려 5바늘이나 꼬맸더랍니다. 촘촘한 5바늘이 아니라 듬성듬성이니깐 꽤 큰 상처이지요. 집에 전화해서 와이프오고 난리난 중에 같이 있던 경찰관무전기로 그 아저씨가 잡혔다는 연락이 들어옵니다. 아마도 동네사람이라 소식듣고 순찰하던 경찰관의 검문에 걸렸나봅니다.(뭐 이리 빨리도 잡혀...)
동네지구대에서 두 사람이 조서를 받는데, 사연인즉, 오토바이택배로 일거리가 줄어들어 한가한 그 아저씨는 인형이 잘 안뽑혀 화풀이중 그 친구가 말을 걸며 돈을 주자 인형뽑기기계회사 직원인줄 알고 따지려다가 욱! 했답니다. 그리고 경찰관이 도대체 뭘로 사람을 이 지경을 만들었냐며 무기(?)를 내놓으라하자, 그 아저씨 아주 당당하고 멋들어진 폼으로 건빵바지주머니에있던 호신봉을 꺼내더랍니다. 그것도 버튼눌르면 3단으로 길어지고 재질이 플라스틱이 아닌 스테인레스로 된 반짝이를....(기가 막혀서...)
경찰관의 소유하게된 경위 질문에 그 아저씨는 어느회사쓰레기더미에서 줏어다고 하는데, 불법무기소지이기때문에 일단은 압수하고 둘이 합의보라고 하자 그 아저씨는 자기도 맞았다며 얼굴과 찢어진 옷깃을 보여주더랍니다. (미치겠구만) 그 모습이 안스러웠는지 이 친구내외는 치료비도 안받고 그 아저씨를 돌려보냈습니다. 호신봉과 함께...(왜 경찰관이 호신봉을 돌려줬을까요? 그 친구도 의아해하더군요. 이 친구내외가 좀 착합니다.)
3일후 식구들과 저녁에 산책나온 그 친구는 문방구앞에서 인형을 뽑고 있던 그 아저씨를 또 보게됩니다. 같이 있던 처제에게 저 사람이야라고 알려주자 처제는 싸울기새로 달려들려고 하고, 온 식구들이 말리자 그 아저씨는 눈치가 보였는지 고개를 잠깐 숙이더니 자리를 피하더랍니다.
그리고 2주가 흘러 술에 약간 취기가 오른상태에서 퇴근하고 있던 그 친구는 또 기계앞에서 그 아저씨를 봅니다. 은근히 다가가서 잘 되냐며 묻자, 이 아저씨왈, 에이 오늘은 잘 안되네 하며 술한잔 먹으러가자고 하더랍니다. 그러자 그 친구는 좋다며 같이 동네 호프집에 가서 아저씨 살아온얘기를 들으며 한잔했답니다. (아이고 이젠 친구구만)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납니다. 실제 발생은 8월이었고 9월에 들은얘기인데 이제서야 올리네요. 에효 사람이 좋은건지 겉으로는 엄청 웃겼지만 그 친구의 마음도 이해는 합니다. 그래도 모일때마다 울거먹을겁니다. 백만년동안... 이 친구 2탄이 또 있는데 이건 사기사건과 관련되서 좀 조사를 해보고 나서 결정해야겠습니다.
아! 그리고 그 얘기를 들은 날, 헤어지기전에 그 친구를 제외한 우리들은 모두 편의점앞의 인형뽑기를 했지요. ^^